수행자가 된 풀꽃
임나리님 환갑 다큐멘터리

"우리 엄마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어요."

지난 23년, 우연히 한 지인의 어머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머니의 환갑을 맞이하여 엄마가 걸어온 삶을 영상에 담아,
환갑 잔치 때 가족들끼리 함께 시청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개인 다큐멘터리 작업은 처음이기도 했고,
사전 정보가 없이 즉흥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걱정보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응했습니다.


부여로의 가족 여행, 강릉 시골집을 함께 따라가 이틀에 걸쳐서 촬영을 진행했고,
시골길을 함께 걷고, 손녀와 함께 춤을 추고,
감나무의 감을 따고, 나무 친구들의 이름을 들으면서
그동안 어머님이 살아온 이야기와 삶에 대한 가치관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60년 인생을 돌아보기에는 이틀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추리고 추려 한 시간의 영상으로 담아냈지만,
편집될 수밖에 없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이 아쉬웠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네 명의 딸을 혼자 기르시고
이제는 속세를 떠나 수행자로서의 삶을 걷고 싶다는,
본인을 할머니라 부르지만 여전히 시골 소녀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이곳저곳 터를 옮겨가며 살아가는 본인의 삶을 '풀꽃'같은 삶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아오는 데에 큰 도움을 줬던 사람들의 이름들을
엔딩 크레딧에 꼭 넣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이 영상을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우연히라도 이 영상을 접하게 된다면
삶과 소유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Client - 임나리님
촬영/연출/편집 - 김성구(Sg film)

202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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